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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 보면 등장인물들이 하나의 물건이나 정보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중요한 문서 하나를 차지하기 위해 여러 사람이 경쟁하기도 하고, 사라진 물건을 찾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이 시작되기도 합니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 물건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집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는 작품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야기의 핵심처럼 보였는데, 생각해 보면 그 대상 자체보다 그것을 둘러싸고 벌어진 사건과 등장인물의 행동이 훨씬 중요했던 것입니다.

영화를 설명하거나 평론하는 글에서 이런 상황과 관련해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맥거핀(MacGuffin)’입니다.

맥거핀은 복선, 반전과 함께 영화 관련 글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표현이지만 정확한 의미를 모르고 사용하면 서로 다른 개념을 혼동하기 쉽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화에서 맥거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야기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복선과는 무엇이 다른지 알아보겠습니다.

1. 영화에서 맥거핀이란 무엇일까?

맥거핀은 일반적으로 등장인물의 행동을 유발하고 이야기가 진행되도록 만드는 대상이나 목표를 설명할 때 사용하는 영화 용어입니다.

예를 들어 여러 등장인물이 중요한 서류 하나를 찾고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누군가는 그 서류를 훔치려고 하고, 다른 사람은 그것을 지키려고 합니다. 또 다른 인물은 서류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누군가를 추적합니다.

이때 서류가 이야기 전체를 움직이는 계기가 됩니다.

하지만 영화의 핵심이 반드시 그 서류의 구체적인 내용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감독이 보여주고 싶은 것이 서류를 둘러싼 인물들의 갈등이나 선택이라면, 관객에게 중요한 것은 ‘서류 안에 정확히 무엇이 적혀 있는가’보다 그것 때문에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사건이 발생하는가일 수 있습니다.

이런 기능을 이해하면 맥거핀을 조금 더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맥거핀은 반드시 물건일 필요도 없습니다. 문서나 보석처럼 손에 잡히는 물건일 수도 있지만 비밀 정보, 어떤 장소를 찾아가는 목표, 특정 인물을 찾는 목적처럼 이야기의 출발점이 되는 대상도 비슷한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영화감독 알프레드 히치콕은 맥거핀이라는 개념을 널리 알린 인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히치콕의 영화에서는 인물들이 무엇인가를 쫓고 있지만, 그것의 세부적인 정체보다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긴장과 사건이 더 중요한 경우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맥거핀을 이해할 때는 “그것이 무엇인가?”보다 “그것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핵심입니다.

2. 영화에서 맥거핀을 사용하는 이유

맥거핀의 중요한 역할은 이야기를 움직이는 동력을 만드는 것입니다.

영화 속 인물에게는 행동할 이유가 필요합니다. 아무런 목적도 없는 인물이 갑자기 위험한 장소로 향하거나 누군가를 추적한다면 관객은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반드시 찾아야 하는 물건이나 지켜야 하는 정보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주인공에게 목표가 생기고 그 목표를 방해하는 인물이 등장할 수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갈등이 발생하면서 이야기도 진행됩니다.

특히 범죄, 첩보,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서는 이러한 구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물건이 사라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여러 인물이 그 물건을 찾기 시작합니다. 누가 먼저 차지할 것인지에 따라 추격전이나 배신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처음의 목표보다 인물들의 관계나 선택이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맥거핀의 특징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관객의 관심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출발점이면서 동시에 등장인물을 움직이게 하는 장치로 작동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중요한 물건을 맥거핀이라고 부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어떤 물건의 정체와 성질이 작품의 주제나 결말을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면 단순히 맥거핀이라고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그 물건의 세부적인 정체보다 그것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행동과 갈등이 훨씬 중요하다면 맥거핀의 기능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3. 맥거핀과 복선은 무엇이 다를까?

영화 용어를 처음 접하면 맥거핀과 복선을 혼동하기 쉽습니다.

두 가지 모두 영화 초반에 등장할 수 있고 특정 물건이나 정보가 사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야기에서 수행하는 기능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복선은 이후에 벌어질 사건을 미리 준비하는 단서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 초반에 주인공이 서랍 안에 열쇠를 넣어두는 장면을 보여줬고, 후반부에 그 열쇠가 중요한 문을 여는 데 사용됐다면 앞의 장면은 뒤의 사건을 준비하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맥거핀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암시하는 것보다 인물들이 행동하게 만드는 목적이나 대상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여러 사람이 하나의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추적한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관객은 가방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궁금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핵심이 가방의 내용물이 아니라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벌어지는 추격과 갈등이라면 그 가방은 맥거핀의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복선 → 이후 사건을 준비하거나 암시하는 정보

맥거핀 → 인물의 행동과 사건을 움직이게 만드는 대상이나 목표

같은 물건이라도 작품 안에서 어떤 기능을 수행하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중요해 보이는 물건이 등장했다’는 이유만으로 복선이나 맥거핀이라고 단정하기보다 이후 이야기와 어떤 관계를 갖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4. 맥거핀을 알면 영화가 다르게 보이는 이유

맥거핀이라는 개념을 알고 영화를 보면 줄거리뿐만 아니라 이야기가 움직이는 구조를 살펴보는 재미가 생깁니다.

특히 영화 초반에 중요하게 등장했던 대상이 후반부로 갈수록 별다른 설명 없이 사라졌을 때 단순히 “감독이 설명을 빼먹은 것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처음부터 감독이 그 대상의 정체를 자세히 설명하는 데 관심이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 대상은 등장인물을 만나게 하고 갈등을 발생시키기 위해 필요했을 뿐, 작품이 궁극적으로 이야기하려는 핵심은 다른 곳에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볼 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면 도움이 됩니다.

‘등장인물들은 지금 무엇을 얻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가?’

‘그 대상의 정체가 영화의 결말을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가?’

‘그 대상이 없었다면 등장인물들이 서로 만나거나 갈등할 이유가 있었을까?’

이러한 질문을 통해 영화의 중심 소재와 이야기를 움직이는 장치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결국 맥거핀은 단순히 ‘정체를 알려주지 않는 물건’을 뜻하는 용어가 아닙니다. 등장인물에게 행동할 목적을 제공하고 사건을 움직이는 기능을 중심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복선과 맥거핀의 가장 큰 차이이기도 합니다.

복선을 발견하는 재미가 감독이 숨겨놓은 단서를 찾아가는 데 있다면, 맥거핀을 이해하는 재미는 감독이 어떤 장치를 이용해 등장인물을 움직이고 이야기를 시작했는지 살펴보는 데 있습니다.

다음에 영화를 볼 때 주인공이 필사적으로 찾고 있는 물건이나 정보를 발견한다면 그 정체에만 집중하지 말고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것 자체가 중요한 것일까, 아니면 이것을 쫓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요한 것일까?’

그 질문에서부터 영화의 이야기 구조가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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